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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이(李 珥) 시 모음

金浩 2009. 9. 15. 14:21

山中(산 중에서)

 

栗谷(율곡) 李 珥(이 이)


 

採藥忽迷路 (채약홀미로)  약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었다.


千峰秋葉裏 (천봉추엽리)  일천 봉우리 가을 낙엽 속에서,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마침 중이 물을 길어 가는데,

 

林末茶烟起 (임말차연기)  숲 끝에 차 달이는 연기가 일어나네.

 

採 : 캘 채, 藥 : 약 약, 忽 : 갑자기 홀, 迷 : 미혹할 미, 路 : 길 로
千 : 일천 천, 峰=峯 :봉우리 봉, 秋 : 가을 추, 葉 : 잎 엽, 裏 : 속 리
山 : 뫼 산,  僧 : 중 승, 汲 : 길을 급, 水 :물 수, 歸 : 돌아갈 귀
林 : 수풀 림, 末 :끝 말, 茶 : 차 차, 烟=煙 :연기 연, 起 :일어날 귀

 



율곡은 13세에 진사(進士) 초시에 합격했으나 3년 뒤 겪어야 하는 어머니의 죽음은 하루아침에 어린 소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어머니 신사임당의 3년상을 치르고 나서 율곡은 홀연히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문(佛門)을 기웃거렸다. 율곡이 뒷날 茶의 심오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산중생활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호(號)까지 의암(義庵)이라 지은 율곡은 산골짜기 암자에서 좌선하고 있는 한 스님을 만난다.

“여기서 무얼 하시오?”
스님은 그저 웃을 뿐이다.
“무엇으로 요기하고 지내시오?”
스님은 소나무를 가리키면서,
“저게 내 양식이오.”
율곡은 점점 더 끌려갔다.
“공자와 석가 중 어느 분이 성인이시오?”
“그대는 노승을 놀리지 마시오.”
율곡이 내쳐 묻는다.
“불교는 오랑캐의 법이니 중국에는 시행 할 것이 못되겠지요?”
“순임금은 동방 사람이며 문왕은 서방 사람이니 그들도 역시 오랑캐란 말이오?”
율곡은 궁금한 것을 또 묻는다.
“불교의 오묘함이란 것도 우리 유교를 벗어날 것이 없는데 왜 굳이 유교를 버리고 불법을 구하는 겁니까?”
“유교에도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 있소?”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이번에는 스님이 묻는다.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란 건 무슨 말이요?”
“그것 또한 눈 앞에 있는 경계지요.”
스님이 빙그레 웃는다. 율곡이 다시 덧붙인다.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고기가 못 속에서 뛰노는 것이 색인가요, 공인가요?”
“색도 아니요 공도 아니요. 그건 진리의 본체 그것이니 어찌 그런 시 구절을 가지고 비겨서 말할 수 있을 것이요?”
율곡은 웃으며 말하였다.
“이름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이면 그것은 벌써 현상 경계이겠는데 어떻게 본체라고 하는 것이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유교의 오묘한 대목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말로써 전할 수 없는 것이고 불교의 이치도 글자밖에 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오.”
스님은 놀랐다.
“그대 속된 선비가 아니구려. 나를 위해 시 한 장 써서 ‘저 솔개가 날고 고기가 뛴다’는 구절을 풀어 주시오.”
사흘 뒤, 율곡은 다시 암자를 찾았다.. 스님은 벌써 암자를 떠나고 없었다.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遠水連天碧(원수련천벽)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한자훈음)
亭: 정자정 ; 騷:근심스러울 소 ; 碧:푸를벽 ; 楓:단풍나무풍 ; 吐:토할토
輪:바퀴륜 ; 含:머금을 함 ; 塞:변방새 ; 鴻:기러기홍 暮:저물모


숲 속의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시인의 생각은 끝이 없네

멀리 강물은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구나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도다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소리가 저녁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이 시는 이이가 여덟 살 때 지은 것이라 한다.)

 

.....................

 

月(달)


詩/栗谷 李 珥



萬 里 無 雲 一 碧 天 (만리무운일벽천)

푸른 하늘은  끝없이 구름한점 없는데


廣 寒 宮 出 翠 微 巓 (광한궁출취미전)

광한궁에서 나온 달, 산마루에 아스리히 밝기도하네(광


世 人 只 見 盈 還 缺 (세인지견영환결)

세상사람들 단지( 달의) 차고 이즈러짐을 보지만


不 識 氷 輪 夜 夜 圓 (불식빙륜야야원)          

달의 수레바퀴 돌아가는 길, 밤마다 둥글음을 아지 못하네.        

 

廣 寒 宮~[장자]에 나오는 궁전[하늘나라 ]또는 달나라에 신선이 사는 궁전.

氷 輪~ 달이 돌아가는 궤도

 

율곡의 외조부는 둘째딸 신사임당이 결혼하던 해에 세상을 뜨셨다
사임당은 외로운 어머니의 곁을 떠날수가 없어 아버지의 3년상이 끝날 때까지
강릉 오죽헌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 3살짜리 꼬마 율곡이 외할머니와 놀면서 지은 시가 다음과 같다

 

石榴皮裏碎紅珠  석류껍질속안에 빨간 구슬들이 부서져있네

 

 그후 서울로 올라와서 1년을 보낸 율곡은 임진강가로 거처를 옮기게 되며
[지금 율곡의 능이 있는 법원리쪽]
지금도 파주에 가면 볼수있는 화석정(花石亭)이라는 정자에 오른
8살의 율곡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林亭秋已晩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었으니


騷客意無窮 심란한 객의 감회... 다할 길이 없구나


遠水連天碧 멀리 보이는 저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기만한데


霜楓向日紅  서리맞은 단풍은 햇볕에 불게 빛나고만 있내


山吐孤輪月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  강은 한량없는 바람을 품고 있구나


塞鴻何處去  아득한 데서 온 저 기러기 어디로 가는 것일까


聲斷暮雲中 그 울음소리 황혼의 구름속으로 사라지는구나...

 

 

10살 때 율곡이 강릉 외가 집에 갔다가 경포대를 주제로 지은 시가 있습니다


霜風振地   서릿바람이 땅에 떨어져 흩날리니


鳥萬磨之刀槍   천군만마 창검소리 같고...


雪花飜空   눈송이 흩날리어 하늘 가득하니


散千斛之玉屑   옥 가루 천 만 곳에 뿌리는 것 같구나

 

타고난 천재성 때문인지
소년 율곡은 13 세에 과거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다.

16세의 나이에 어머니 사임당을 여의고
3년상을 마친 다음 율곡은 금강산에 들어가
유점사의 말사인 마하연의 도량에서 참선과 공부를 병행하였다고 한다.
이때 율골이  금강산 구정봉(九井峯)에 올라 남긴 시다.


金鷄一鳴登絶頂  첫 닭 울 때 정상에 오르니


萬境熹微天尙昧  온갖 경계는 희미하고.. 하늘은 어두운데


須臾火光漲天地  잠깐동안 빛이 온 천지에 퍼지자


不辨滄波與曉靄   바다 파도인지 새벽 안개인지... 분간할 수 없구나.


朱輪轉上數竿高  둥근 해가  두어 길 솟아 오르자


一朶彩雲如傘蓋 채색된 구름 ...해 우산처럼 피어나고,


靑紅漸分水與天 붉은바다와 파란하늘이 서서히 드러나니


極目始知東海大  이제서야 동해 드넓음을 알겠내...


그렇게 1년을 금강산에서 보내다가
논어를 다시 읽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하산을 했다
그때 율곡이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친구집에서 머물면서 지은 시가 다음과 같다

 

學道則無着  도를 배운다는 것은 집착을 없애고자 함이니


隨緣到處遊 인연을 따라 어디든가서 노닐수밖에....


草堂聊奇宿  초당에 잠시 머무를 새...


梅月是風流  매화피고 달이 뜨니 이것이 풍류가 아니고 또 무엇이랴~~ 


이후 율곡은 외가인 강릉으로 와서 외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공부를 하였고
그 이듬해 성주목사의 따님과 결혼하였으며
처가집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자 강릉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여정중에 안동 도산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퇴계를 찾아 이틀을 묵었다고 한다
이때 퇴계는 59세, 율곡은 23 세....
퇴계는 총명한 청년에게 감명을 받고 제자 조묵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後生可畏 (두뇌가 명석하고 많아 보고 많이 생각하니) 후배란 두려운 것..

 율곡이 하직하면서 퇴계에게 청하니 퇴계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써주었다.

 

持心貴在不欺 사람의 마음가짐에 있어서 귀한것은 남을 속이지 않는 데 있고


立朝當戒喜事 벼슬하여 조정에 나가게되면 
 공을 세우려고 쓸데없는 일을 만들기를 좋아해서는 안된다

 

 

시를 재촉하는 비(催詩雨)


雲鎖靑山半吐含 구름이 푸른 산을 반만큼 삼켰다 뱉더니


驀然飛雨灑西南 돌연 빗방울 흩날려 서남쪽을 씻어 주네


何時最見催詩意 언제 가장 시 짓고픈 마음을 재촉하던가


荷上明珠走兩三 연잎 위로 물방울 2,3개가 구를 때라네...

 

원경(遠景)에는 푸른 산에 구름이 일어.. 한바탕 소나기를 뿌리는 경치가 있고
근경(近景)에는 비가 그친 뒤 연잎위에서 구르는 맑은 물방울이 있다

 

율곡은 선조 17년(1584년)에 49 세의 일기로 돌아셨다
돌아가시기 한해전에  벼슬을 그만두고 파주의 율곡리로 내려갈 때 지은 시다.


四遠雲俱黑 사방은 멀리 구름으로 캄캄하기만 한데


中天日正明 중천에 뜬 해는 밝기만 하구나


孤臣一국淚  외로운 신하의 한줄기 눈물


灑向漢陽城  한양을 향해 뿌리노라.

 

 


 

 

출처 : 마음 고인 샘
글쓴이 : 思岡 안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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