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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시

金浩 2009. 3. 12. 17:40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시 11제(十一題)
과고사(過古寺-옛 절을 지나며)
花落僧長閉      春尋客不歸
風搖巢鶴影      雲濕坐禪衣
지는 꽃 바라보며 문 닫아 거는 스님
봄 찾아 떠난 손은 오늘도 아니 온다.
학 둥지 바람 불어와 안개에 선의(禪衣)졌네
인경구탈(人境俱奪-인적 다 떨치고)
梨花千萬片      飛入淸虛院
牧笛過前山      人牛俱不見
무수한 배나무 꽃 청허원(淸虛院)에 날아드네.
앞산엔 소를 모는 목동의 피리 소리
잠시 후 소도 목동도 보이지 않는구나.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눈 덮인 들을 걸어갈 때)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길을 걸어갈 때 난잡하게 말아야지
오늘 나 지나간 길 남겨 논 발자국은
뒤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禪詩(선시)
夜深君不來      鳥宿千山靜   
松月照花林      滿身紅綠影
그대가 안 오는 밤 산새들도 잠이 들고
송림(松林)에 비친 달이 꽃나무도 비치더니
내 몸도 붉고 푸르게 그림자로 얼룩졌네. 
賞秋(상추-가을을 감상함)
遠近秋光一樣奇    閑行長嘯夕陽時    
滿山紅綠皆精彩    流水啼禽亦說詩
가을의 풍광들은 원근이 기이하여
석양에 노을 보며 휘파람 불어본다
온 산의 붉은 단풍과 새소리 모두 시정(詩情)
탐밀봉(探密峯-빽빽한 봉우리를 탐사하다)
千山木落後      四海月明時   
蒼蒼天一色      安得辨華夷
나뭇잎 떨어지고 사해에 달 밝을 때
저 하늘 어디에나 푸른 빛 일색인데
어찌해 중화(中華), 오랑캐 구분한단 말인가?
통결(通決)
誰言李杜後      風月無相親   
天地至公物      豈私一二人
그 누가 말했는가? 이태백과 두보 뒤에
풍월로 따를 자가 없다고 하였는지
천지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해 두 사람만 택할까?
등향로봉(登香爐峯-향로봉에 올라)
萬國都城如蟻垤    千家豪傑若醯鷄
一窓明月淸虛枕    無限松風韻不齊
온 나라 도성들은 개미집을 닮아 있고
집마다 호걸들은 초파리 모양이다
창문에 비친 달빛과 솔바람은 시로구나
쌍계방장(雙溪方丈-지리산 쌍계사)
白雲前後嶺      明月東西溪
僧坐落花雨      客眠山鳥啼
앞뒤의 산마루엔 흰 구름 걸려 있고
동서로 뻗은 시내 달빛 쏟아 휘영청
꽃비 속 스님 앉아서 산새소리 듣고 조네.
방송간은사(訪松間隱士-솔숲에 은자를 방문하고)
自悅松間屋      松間亦有臺
客來不掃石      惟恐損蒼苔
솔 사이 지은 집엔 계단 위에 서 있는데
손님이 온다 해도 낙엽 쓸지 않는 것은
계단에 이끼 상할까 염려되어 그런다오.
望高臺(망고대)
獨立高峰頂      長天鳥去來
望中秋色遠      滄海小於杯
높은 산 정상 위에 나 홀로 올라보니
가을빛 먼 하늘에 새들만 나는구나.
보이는 푸른 바다가 술잔보다 작아라.